예술이 필요한 시간
저자: 이세영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23년 05월 15일
정가: 18,000원
페이지: 280 p
ISBN: 978-89-6053-637-1
판형: 140×200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나에게 세계는 예술이었으며 예술은 곧 세계를 의미했다.”


화이트 큐브 뒤에 숨겨져 있던 전시 디자이너의 삶과 예술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작가, 큐레이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작품이 진열되는 화이트 큐브를 꾸미고, 관람객들이 전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완성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시 디자이너다.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비롯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등 해외 유명 걸작전을 담당해온 전시 디자이너 이세영은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큐레이팅 인턴으로 예술계에 입문해 큐레이터를 거쳐 전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공간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담아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들은 다양하다. 일상에 지쳐 떠난 곳에서 마주한 장소에서부터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준 공간까지, 지금까지의 여정을 그 안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는 할까?’, ‘계속 고통받으며 일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라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 책은 일상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따뜻하고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내가 정말 미술관을 그만두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을 다녀오고 또 한번 예술에 대한 애정과 목표가 생긴다면 자연스레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진정으로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가 꼭 미술관 큐레이터여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았다.”_「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중에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전시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 전시를 만들어온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위로와 휴식이 되어준 공간을 떠올리며 예술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전시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어떤 작품도 소외되지 않고 디자인이 작품을 압도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는 전시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도 그렇게 해서 완성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 전시는 지난해 가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렸고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담당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전시를 관람한 저자는 이후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며 최대한 힘을 빼고 휘트니 미술관에서 본 전시를 그대로 살리려 노력한다.

“나는 디자인을 하는 내내 무엇보다 호퍼의 작품이 한국의 서울, 지금 우리 현실 속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들과 호퍼의 그림들, 그가 평생을 지낸 뉴욕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리의 장면을 함께 떠올렸다.”_「현실과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중에서

저자는 호퍼의 그림을 실제로 봐야 하는 이유가 너무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색감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호퍼의 작품을 대부분 어둡고 무채색이 지배하는 우울한 그림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림자와 대조를 이루는 빛 아래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원색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어 전시장에서 직접 마주할 때야 비로소 그 특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에 담긴, 전시 디자이너가 전시를 관람하고 기록하는 방식과 전시를 통해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해내는 과정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전시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나만의 길을 찾으리라는 믿음에 대하여


저드 재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서울시립미술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쾨니히 갤러리 등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어쩐지 그녀와 우리의 삶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순간들. 그럼에도 그녀는 매 순간 놓이는 선택의 기로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만의 길과 방향을 찾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와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눈을 사로잡는 전시 뒤에 감춰진 전시 디자이너의 기록이며,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을 예술로 가득 채운 인물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전시를 위해서는 예술가 혼자서 전체를 조율할 수 없다. 전시야말로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의 작업은 나에게 전시란 모든 작품이 소외되지 않고 완벽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너무 당연해서 모두가 쉽게 잊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나는 아티스트를 위한 전시를 만든다._「우리 모두가 아티스트를 위해 일한다」 중에서


추천

홍이지│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이 책을 넘기다보면 누구나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프랑스 예술가 로베르 필리우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술을 만나고 경험하는 순간을 적어 내려간 그녀의 글을 읽는 동안 나는 내내 행복했다. 20대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 시절의 기억과 삶이 힘들고 버거울 때마다 미술관을 찾아 위로받은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우아한 글과 사진은 이 책을 읽는 모두를 예술과 함께한 순간으로 이끌 것이다.


진달래 & 박우혁│예술공동체

‘전시란 무엇인가?’ 오랜 시간 작가가 자신과 주변에 던져온 질문이다. 언젠가부터 작가의 SNS 계정에 올라오는 전시 전경 사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단지 잘 찍었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또렷한’ 사진들.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 사진 속에 담긴 또렷함이 예술과 예술이 일어나는 공간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작품, 공간, 장소를 하나로 엮는 작가의 디자인 철학, 예술에 대한 통합적 경험으로 본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그 속에 예술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책임, 그리고 예술을 향한 애정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또 다른 예술적 공간이다.


200자 요약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비롯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등 해외 유명 걸작전을 담당해온 전시 디자이너의 시선을 담아낸 책이다. 화이트 큐브 뒤에 가려져 있던 전시 디자이너의 내밀한 이야기와 일상을 이미지와 함께 풀어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전시가 누군가의 끝없는 고민 끝에 탄생한 것임을 미술관을 배경으로 들려준다.


책 속에서

이제 막 쌀쌀한 기운이 감돌던, 미술관 정원에는 낙엽이 지기 시작한 어느 가을날이었다. 나는 요철 하나 없이 매끈한 화이트 큐브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미술관 로비에 멍하니 앉아 새롭게 설치 중인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대형 드로잉을 바라보고 있었다. 쾌적하게 유지되는 온습도 속에서 마치 중력조차 거스르듯 몸과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때 결심했다. 내 인생 대부분을 이런 공간에서 보내고 싶다고.
-인생의 대부분을 미술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티스의 드로잉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교회를 발견하는 일이 더 이상 놀랍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일상이 예술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친구를 만나러 간 곳에서 더 많은 나의 오랜 친구들을 만난 듯했다. 아티스트와의 교류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임이 틀림없다. 지금 당신은 한 번뿐인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찾고 있는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내가 전시 디자이너로서 전시를 관람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큐레이터나 일반 관람객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나는 관람 전에 전시의 전체 맥락과 기획 의도를 자세히 살펴본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제공하는 도면을 보고 동선을 탐색하고 공간과 작품의 배치 및 관계를 파악한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전시를 경험하는 시선인 체험적 과정을 기본으로, 작품을 따라 형성되는 전체적인 전시 스토리라인을 읽어낸다. 전시된 작품을 개별 작품들만으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공간적 맥락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분절되는지를 자세히 살피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맥락과 서사를 통해 전시가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해석한다.
-나의 전시 디자인 교과서


장소의 기억이란 다른 무엇보다 강렬하며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는다. 물리적인 공간과 결합한 특별한 추억들은 그 장소를 다시 마주하게 될 때 다시 고개를 든다. 10년, 20년이 지나 그 장소에 가더라도 그곳에서의 나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여전히 연구와 전시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매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하지만, 학생 시절 무료로 개방된 미술관에서 친구들과 만나 주말 여가를 보내고 예술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한 시간을 잊지 못한다. 마치 뒤틀린 시공간 속에 던져진 것처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뮤지엄 마일을 걷는 나는 언제든 20대 초반의 시절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호퍼의 휘트니 미술관 전시가 뉴욕에서 오픈하기 직전,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전시 내용은 모르는 채로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그때 나는 뉴욕에서 지내며 휘트니 미술관 전시의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장 반년 후에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맡아 서울에서 오픈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말이다. 해외 콘텐츠 전시의 디자인을 맡게 될 때, 가능하면 그와 관련된 전시를 찾아 관람한다. 그 작품과 전시를 이전에 실제로 경험했는지 아닌지가 일하는 데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호퍼의 작품이 뉴욕 전시와 겨우 한 달 간격을 두고 서울에 온다는 사실은 지금 돌이켜보면 디자이너로서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를 직접 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였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지은이 | 이세영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실내 건축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에서 사진을 공부했고 덴마크, 런던, 밀라노 등지에서 다양한 디자인 작업과 워크숍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는 대학에서 서양 건축사 및 건축과 문화, 색채학, 디자인 전략 등을 강의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의 전당, KT&G 상상마당 등에서 전시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특강을 진행했다.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부서에서 큐레이터 사라 마이스터(Sarah Meister)의 큐레이팅 인턴으로 예술계에 입문한 이후, 광주비엔날레 국제 큐레이터 코스를 거쳐 대림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5년 전시 디자인 스튜디오 ‘논스탠다드(nonstandard)’를 설립하고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식물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삼성문화재단 리움 미술관 등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1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의 전시 디자인을 총괄했고,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서울시립미술관과 휘트니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등 해외 유명 걸작전의 전시 디자인을 담당했다. 현재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와 함께 관련 학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축과 예술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