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파리의 두 미술관,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로 보는 서양회화의 정수!
루브르와 오르세는 파리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잡았다.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미술관인 루브르와, 근대 미술의 혁명인 ‘인상주의’의 진면목을 담고 있는 오르세. 두 미술관의 소장품만으로도 20세기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개관하는 일이 가능할 정도다.
딱 하나 흠이 있다면 ‘너무나 방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그곳에서는 드나드는 이들의 발자국 수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나 짧은 일정으로 수십만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들을 여유 있게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비 지식 없이 들어섰다가는 뱀처럼 긴 행렬 속에서 <모나 리자>만 겨우 보고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은 두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회화 작품만을 160여 점으로 압축하여, 르네상스 이후부터 20세기 이전까지의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아울러 보여준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소장 명화를 살펴보는 기회이기도 하므로, 총체적인 미술사를 그냥 연대순으로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실제 미술관의 동선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 「제1편 루브르의 명화 산책」은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 프랑스 순으로 분류했으며, 「제2편 오르세의 명화 산책」은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소장품 가운데서도 미술사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높은 회화 작품들이다. 두 미술관의 소개와 더불어 각 장마다 간략하고 친절한 개관을 실어, 작품을 통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관람자 동선을 따른 구성과, 필자 특유의 위트가 실린 참신한 작품 해설에, 다른 미술관 소장품도 필요시 나란히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필자가 직접 촬영한 20여 점의 사진을 간간이 배치하여 실감을 살렸다. 자, 책의 첫 페이지를 열어 느긋하게 옛 시간 속으로 산책을 시작해볼까! 미술 작품은 자고로 알고 봐야 보이는 법. 미술관에 가기 전에 읽어두면 더욱 좋겠다.
책 속으로..
(……) `그렇다고 이 작품이 종교적인 뉘앙스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플랑드르 사람들은 화면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게다가 그림에 상징을 부여할 때는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아도 각각 작품이 될 만큼 세심하게 그렸다. 치밀하게 그린 만큼, 감상자들도 치밀하게 들여다보아야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거의 돋보기를 들고 봐야 할 정도이긴 하지만, 롤랭 재무상의 머리 바로 윗부분에 위치한 기둥의 주두 부분에는 아담과 이브의 낙원 추방과 성서의 가장 비극적인 형제 살해 사건, 즉 카인의 아벨 살해 장면이 부조처럼 그려져 있다. 게다가 깊숙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바닥 타일 끝부분, 즉 발코니가 시작되는 곳에는 백합과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이 꽃들은 각각 성모의 순결이나 선한 품성을 상징한다. 멀리 펼쳐진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 옆으로 보이는 공작새는 화가가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공연히 그려넣은 것이 아니라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림의 상징성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얀 반 에이크의 <롤랭 재무상과 성모자>는 걸작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었을 것이다. _ 117쪽「상징과 사실」
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은 20세기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아우른다. 강 북쪽 위풍당당한 옛 왕궁에 고대에서 19세기 초엽까지의 예술 작품이 터져나갈 듯 진열되어 있는 루브르가 있다면, 남쪽에는 프랑스가 자랑해 마지않는 인상주의 작품을 기준으로 그 직전과 이후,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예술 경향을 망라하는 오르세가 있다. _ 190쪽「오르세에 들어서며」
(……)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습작이나 스케치로 남겨놓은 것을 제외하고 그가 점묘법을 구사하여 완성작으로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작품 수가 적다는 것은 쇠라식 기법이 어지간히 성질 좋은 사람 아니면 울화병에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기도 했지만, 겨우 서른하나의 나이에 화가가 요절한 탓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고흐가 몇 번 점묘법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이유가 성질이 너무 급해서였다는 말도 있다. 아마도 하루 종일 자잘한 점을 찍어 바르면서 고흐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 쇠라! 힘도 세라……. 어떻게 이러고 앉아 있었단 말인가. _ 261쪽「쇠라, 힘도 세라」
루브르와 오르세는 파리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잡았다.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미술관인 루브르와, 근대 미술의 혁명인 ‘인상주의’의 진면목을 담고 있는 오르세. 두 미술관의 소장품만으로도 20세기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개관하는 일이 가능할 정도다.
딱 하나 흠이 있다면 ‘너무나 방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그곳에서는 드나드는 이들의 발자국 수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나 짧은 일정으로 수십만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들을 여유 있게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예비 지식 없이 들어섰다가는 뱀처럼 긴 행렬 속에서 <모나 리자>만 겨우 보고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은 두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회화 작품만을 160여 점으로 압축하여, 르네상스 이후부터 20세기 이전까지의 서양미술사를 전반적으로 아울러 보여준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소장 명화를 살펴보는 기회이기도 하므로, 총체적인 미술사를 그냥 연대순으로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실제 미술관의 동선을 염두에 두고 구성했다. 「제1편 루브르의 명화 산책」은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 프랑스 순으로 분류했으며, 「제2편 오르세의 명화 산책」은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소장품 가운데서도 미술사적으로 언급할 가치가 높은 회화 작품들이다. 두 미술관의 소개와 더불어 각 장마다 간략하고 친절한 개관을 실어, 작품을 통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관람자 동선을 따른 구성과, 필자 특유의 위트가 실린 참신한 작품 해설에, 다른 미술관 소장품도 필요시 나란히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필자가 직접 촬영한 20여 점의 사진을 간간이 배치하여 실감을 살렸다. 자, 책의 첫 페이지를 열어 느긋하게 옛 시간 속으로 산책을 시작해볼까! 미술 작품은 자고로 알고 봐야 보이는 법. 미술관에 가기 전에 읽어두면 더욱 좋겠다.
책 속으로..
(……) `그렇다고 이 작품이 종교적인 뉘앙스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플랑드르 사람들은 화면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게다가 그림에 상징을 부여할 때는 하나하나 따로 떼어놓아도 각각 작품이 될 만큼 세심하게 그렸다. 치밀하게 그린 만큼, 감상자들도 치밀하게 들여다보아야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법이다. 거의 돋보기를 들고 봐야 할 정도이긴 하지만, 롤랭 재무상의 머리 바로 윗부분에 위치한 기둥의 주두 부분에는 아담과 이브의 낙원 추방과 성서의 가장 비극적인 형제 살해 사건, 즉 카인의 아벨 살해 장면이 부조처럼 그려져 있다. 게다가 깊숙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바닥 타일 끝부분, 즉 발코니가 시작되는 곳에는 백합과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데, 이 꽃들은 각각 성모의 순결이나 선한 품성을 상징한다. 멀리 펼쳐진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 옆으로 보이는 공작새는 화가가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공연히 그려넣은 것이 아니라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림의 상징성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한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얀 반 에이크의 <롤랭 재무상과 성모자>는 걸작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었을 것이다. _ 117쪽「상징과 사실」
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은 20세기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아우른다. 강 북쪽 위풍당당한 옛 왕궁에 고대에서 19세기 초엽까지의 예술 작품이 터져나갈 듯 진열되어 있는 루브르가 있다면, 남쪽에는 프랑스가 자랑해 마지않는 인상주의 작품을 기준으로 그 직전과 이후,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예술 경향을 망라하는 오르세가 있다. _ 190쪽「오르세에 들어서며」
(……)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습작이나 스케치로 남겨놓은 것을 제외하고 그가 점묘법을 구사하여 완성작으로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작품 수가 적다는 것은 쇠라식 기법이 어지간히 성질 좋은 사람 아니면 울화병에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기도 했지만, 겨우 서른하나의 나이에 화가가 요절한 탓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고흐가 몇 번 점묘법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이유가 성질이 너무 급해서였다는 말도 있다. 아마도 하루 종일 자잘한 점을 찍어 바르면서 고흐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 쇠라! 힘도 세라……. 어떻게 이러고 앉아 있었단 말인가. _ 261쪽「쇠라, 힘도 세라」
[글쓴이 소개]
김영숙(金榮淑)은 고려대학교 서반아어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했던 그녀는 요즘 재즈 음악에 매료되어 살고 있다. 주한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삼류 로맨스 소설 번역가로 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림 애호가로서 온라인에 연재한 글이 출판되자, 마흔 나이에 늦깎이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입학해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그녀는 틈나는 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가족과 함께 잠시 미국의 L.A.에 머물고 있는 요즘은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지독한 아름다움』, 『나도 타오르고 싶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공저)을 썼으며, 번역서로『엘 그레코』가 있다. 『내가 제우스였다면?』,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등 어린이를 위한 책도 여러 권 썼다.
김영숙(金榮淑)은 고려대학교 서반아어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했던 그녀는 요즘 재즈 음악에 매료되어 살고 있다. 주한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삼류 로맨스 소설 번역가로 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림 애호가로서 온라인에 연재한 글이 출판되자, 마흔 나이에 늦깎이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입학해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그녀는 틈나는 대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가족과 함께 잠시 미국의 L.A.에 머물고 있는 요즘은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지독한 아름다움』, 『나도 타오르고 싶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공저)을 썼으며, 번역서로『엘 그레코』가 있다. 『내가 제우스였다면?』, 『내가 헤라클레스였다면?』등 어린이를 위한 책도 여러 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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