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술을 잘 아는 분들과 미술을 잘 모르는 분들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미술을 잘 아는 분이라면, 필경 교과서에서, 강의실에서 많은 그림들을 보고 배우셨을 것입니다. 이건 사실주의, 이건 프레스코, 이건 르네상스.... 시대와 사조, 기법을 알고 익히느라 가슴으로 그림을 느끼기엔 너무 벅차셨던 분들에게는, 급한 일을 모두 마치고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오후의 차 한 잔 같은 그림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는 그림이라도 홀가분하게 책장을 넘기며 그 그윽한 향기에 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어려운 미술사적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모네의 트루빌 해변의 소녀들이 저에게 그랬듯, 그저 쉽고 친근하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미술관에 갔을 때, 눈앞의 그림을 보고 어떻게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도무지 당황스럽기만 할 때, "아, 이렇게 보기도 했었지~" 하고 자신만의 그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그 길동무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같은 일이라도 직업보다는 취미가 더 즐겁듯이, 때때로 아마추어의 시각으로 보는 그림이 더 행복하니까요.

[저자에 관하여]

서울에서 태어났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었으나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대원외고에 입학, 3년 내내 교과서 아닌 책만 읽었고, 학교 분위기가 맘에 든다는 이유로 Brown University (U.S.A)에 진학해 미술사와 경제학, 동아시아학 등 여러 학문을 끌리는 대로 공부했다.
취미 삼아 싸이월드 페이퍼 [Musée du Nuri]에 올리기 시작한 그림 감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약 싸이월드 최고 인기 작가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해박한 배경 지식과 타고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미술 관련 책들을 번역하며, 대기업 사보 등에 미술 컬럼도 연재하고 있다.
칸딘스키가 ‘영혼과 가장 가까운 색’이라고 말한 파랑색을 사랑하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 같다는 파리와 로마를 잊지 못하며, 비오는 날 바흐를 들으며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용인과, 도대체 시험 공부라고는 평생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녀를 에세이 한 편만 읽고 받아준 학교가 있는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를 오가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