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는 오랜 동안 인류 보편의 문화유산을 지탱하는 초석이 되어왔다. 우리의 조상들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특히 베르길리우스와 오비디우스 덕택에 신과 여신들을 접할 수 있었다. 화가들은 바로 이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위대한 신화를 화폭에 담은 명작들을 완성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 전부터 신화가 보여주는 축적의 얼개는 물론이고 오랜 세월 동안 예술 걸작품을 낳게 했던 전통과의 친밀성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 야릇한 역설들이 여럿 생겨났다. 즉, 오늘날 명작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세심한 눈길로 감상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렬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놀라운 예술적 문화유산이 지니는 의미가 이토록 망각되었던 적도 없었다.

이 책은 다시금 명화들에 충만한 의미를 부여하고, 매 장면에 담긴 신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 그림의 진가를 완전히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고자 한다. 이 책에서 독자 여러분은 명작들을 디딤돌 삼아 그리스 로마 신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유럽 문명의 진수에 담긴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혼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그 누가 님프 살마키스와 아름다운 필멸의 존재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서로 끌리도록 하고, 또 마치 나르키소스가 자기와 물에 반사된 또 다른 자기 사이를 갈라놓는 물속으로 빠져들 듯이 둘을 한 몸으로 합치게 했던 그 애욕의 운명을 모르겠는가?
[중략]
그 누가 메데이아와 이아손 사이에 벌어지는 굴곡진 사랑과 자식 살해로 끝을 맺는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겠는가? 또는 죽은 자기 부인 에우리디케를 되살릴 목적으로 칠현금을 들고 저승에까지 내려가 공포의 페르세포네 여신과 하데스 신의 마음을 노래로 누그러뜨리고, 부인을 산 자들의 땅으로 데려갈 수 있는 허락을 받았지만 두 세계의 경계선에서 참지 못해 돌아보는 통에 영영 부인을 잃게 된 오르페우스가 없었다면, 과연 현대시는 어떻게 되었을까?
- 본문 중에서

역자 소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 분야의 역서로 『파블로 피카소』『에드워드 호퍼』『얀 베르메르』『예술과 뉴 테크놀로지』『미술, 여성 그리고 페미니즘』『외젠 앗제』 등이 있다.

"마로니에북스 : 100편의 명화" 시리즈 도서는 총 6권 입니다.

- 100편의 명화로 읽는 교회사

- 100편의 명화로 읽는 성인

- 100편의 명화로 읽는 고대사

- 100편의 명화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 100편의 명화로 읽는 신약

- 100편의 명화로 읽는 구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