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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분류 : 미술 / 미술
옛 화가들은 우리땅을 어떻게 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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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저 자 이태호
ㆍ역 자
ㆍ구 분 국내서
ㆍ발행일 2015년 03월 20일
ㆍ정 가 28,000원
ㆍ페이지 488 페이지
ㆍISBN 978-89-6053-366-0
ㆍ판형 148×210
ㆍ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진경산수화의 실제를 찾기 위한 행복한 우리땅 밟기!



도원桃源을 꿈꾸다, 우리땅을 만나다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그림 순례



“진경산수화 덕택에 땅 밟기를 실컷 만끽하며 살았다. 지난 30년간은 옛 그림을 따라 발로 밟은 국토기행이 가장 행복했다. 산, 내, 들, 바다의 암벽과 계곡과 숲과 물, 곧 자연이 삶과 어우러진 우리땅의 아름다움을 눈에 넣고 마음에 담는 안복(安福)을 누림에 그저 옛 화가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 시작하면서

2008년 출간하여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인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 1905~1944) 선생의 이름을 본 딴 우현 학술상을 수상한 『옛 화가들은 우리땅을 어떻게 그렸나』가 2015년 마로니에출판사에서 재출간 되었다.
이 책은 미술사가 이태호 교수가 1980년대부터 30년간 남도부터 금강산까지 직접 찾아 다니며 조선의 독자적인 회화 양식으로 자리 잡은 조선 후기 진경 산수화와 실제 풍경을 비교하고 연구한 살아있는 기록이다.


마음에 품은 우리땅 • 우리 그림

남도부터 금강까지, 조선 땅 곳곳을 누빈 저자는 답사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근래까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를 비롯한 우리 화가들이 눈으로 누리고, 화면에 담아낸 우리 땅의 실제를 찾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카메라의 화각을 들어 인간의 보편적인 시각과 화폭에 담긴 산수의 시야를 비교하였다.

영산인 인왕산에서 지금은 다시 갈수 없게 된 금강산까지 저자는 산수화 속 풍경을 수 차례 오르내리며 그림의 실제를 찾기 위해 애썼고 이는 학자 본연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고 저자가 발품을 팔아 기록한 우리의 산하는 이 책이 조선의 진경산수화를 다룬 다른 서적들과 차별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겸재의 남다른 시지각을 분석하였고 ‘관념’과 ‘진경’의 관계, 조선 후기 산수화에 겸재가 미친 지대한 영향을 설명한다. 그리고 진재 김윤겸, 지우재 정수영, 단원 김홍도, 설탄 한시각, 동회 신익성 등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산수화가를 비롯해, 20세기 들어서 진경산수화의 대표적 화제 금강산을 그린 청전 이상범이나 소정 변관식, 고암 이응노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산수화의 범주와 시대적 흐름을 꼼꼼히 살폈다.


우리 그림, 진경 산수

중국의 문화와 산하를 동경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언제 비로소 우리 것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 발 딛고 사는 이 땅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산과 들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어떤 관점으로 조선 땅을 바라보고 비경과 흐름을 묘사했는지를 작가 별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을 필두로 이룩해낸 한국의 진경산수화가 갖는 진정한 의미와 업적은 우리의 대지와 조선의 현실을 사랑한 것에서 출발하여 조선적인 예술형식을 창출한 것에 있다. 진경산수화가 이룬 이념과 형식은 사실정신과 열린 감성의 분방한 표출, 조선풍과 개성미 같은 당대 실학사상이나 시문학, 음악, 연희 등 문예사조의 ‘새로운’ 기운과도 나란히 한다.

중국산수화 형식에 매료되어 있던 기존 전통을 넘어서 개성적인 표현방식으로 한국산수화의 고전을 창출한 것이다. 이는 중국 화풍이 정착하여 탄생한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이후 근 400년 만에 이루어진 일로 관념의 허상에서 현실의 실상으로 옮겨진 의식의 전환이기에 큰 의의를 갖는다.


진경 그림, 우리 화가

진경산수화를 그린 작가들은 실경과 닮은 사생에 충실했던 작가들과 실경의 변형을 모색한 작가들로 뚜렷이 구분된다. 감명과 기억에 따라 대상 공간을 연출한 정선은 ‘진경’이 지닌 ‘참된 경치’라는 의미에 신선경이나 이상향을 일컫는 ‘선경仙境’ 의미를 부여했다. 형태를 닮게 그리는 형사形似보다 정신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박연폭포〉와 〈인왕제색도〉 같은 걸작들은 극적인 과장미가 살아있어 정선이 현장에서 느꼈을 법한 감명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가장 전형적인 동아시아 회화론으로 ‟형태를 그리면서 그 정신을 표현한다”는 뜻의 고개지의 ‘이형사신(以形寫神)’을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에서 정선과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되는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는 대상의 실제를 닮게 인식하는 ‘진경(眞景)’의 측면에서 근대성에 접근해 있다. 성리학 이념보다는 인간의 눈에 비친 풍경을 마치 카메라 옵스쿠라를 사용한 것처럼 정확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김홍도의 부드럽고 연한 담묵담채와 분방한 필치는 실경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데, 이는 유럽의 19세의 인상주의를 연상하게 한다.

또한 김홍도는 명승고적만을 대상으로 삼은 선배들의 산수화에서 탈피하여 평범한 대지의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산수양식으로 접근했다. 이는 〈소림명월도〉와 같은 작품에 잘 나타난다. 김홍도의 진경 표현감각은 향토적인 소재와 색채를 구사한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에게서 새로운 양식으로 되살아난다. 정선과 김홍도를 우리의 고전으로 확립하고, 그들을 사숙(私淑)한 이상범과 변관식의 산수화가 근대 회화사에서 큰 업적으로 평가되는 연유를 되새겨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과 실제의 접점

진경산수화, 즉 우리 그림을 연구하면서 저자는 “그 옛날 화가들보다 우리 땅의 곳곳을 몇 배나 더 많이 다녀보았지만, 아직 이 땅에서 이상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고 고백했다. 반면 도원을 꿈꾸던 개국 문인관료들의 후예인 정선과 김홍도를 비롯한 당대 문인들은 결국 그 아름다움을 조선에서 발견했고 화폭에 담아냈다.

우리 대부분은 모든 현상과 장소를 실제로 경험하여 자기화 하는데 물리적인 한계를 갖는다. 그래서 손 안에서 모든걸 해결하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힘이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제하에 이 책을 펼친다면 몇 백 년 전의 우리 땅과 현재의 우리 땅이 만나는 지점 -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 그림의 놀라운 수준 – 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저자가 답사한 실경과 생생하게 재현된 우리 화가들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이 마음 속에 품었던 우리 땅에 대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몇 백여 년 전 우리 화가들이 보았던 실경을 손으로, 또는 카메라로 담아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속으로

“천봉만학(千峯萬壑) 그 사이를 오가며 맴돌아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한쪽 면이 고작이라 이 몸이 어찌하면 날개가 돋아 하늘 위에 날아올라 안팎 금강 굽어볼까”

겸재의 진경 작품이 실경을 닮지 않았다는 사실은 ‘진경眞景’의 의미를 다시 생각케 한다. 실재하는 경치라는 ‘진경’과 더불어, 참된 경치 ‘진경’에는 신선경이나 이상향이라는 ‘선경仙境’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된다.20 다시 말해서 실제 눈에 보이는 정경은 허상일 수 있다는 개념에 반한 ‘진경’인 셈이다. 이로 보면 겸재가 실제 풍경을 통해 현실미보다 성리학적 이상을 그리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 소동파가‘ 회화에서 대상의 닮음, 곧 형사形似를 강조하는 것은 ‘어린애 수준’이라 폄하했던 점이나, ‘신사神似’나 ‘사의寫意’의 정신성을 강조한 문인화론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다.

겸재 진경 작품의 변형미를 대할 때면, 군자가 산수를 사랑하는 까닭을 설파한 곽희의 ‘산수 보는 법’이 떠오른다. ‘임천林泉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가치가 커지고, 교만과 사치의 눈으로 보면 값이 떨어진다’는 대목이다.21 겸재도 곽희의 산수론을 크게 공감하며 강조했던 것 같다.22 실경 대상을 과장하고 재구성하거나 합성한 변형화법은 ‘교만과 사리에 가득한 인간의 눈’이 아닌 신선경의 맑은 숲과 샘, ‘임천의 마음’으로 표현한 셈이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는 전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 또한 대세였다. 이로 보면 겸재가 실경을 닮지 않게 그렸다는 점은 중국 산수화풍의 관념미에서 조선 땅의 현실미로 전환하는 과도기 현상인 셈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듯 전경을 포착하는 부감시俯瞰視 방식에 대해서는 일찍이 비판이 제기되었다. 겸재에 앞서 창강 조속滄江趙涑, 1595~1668은 부감법에 대해 “새처럼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다면 진실이겠다”라고 하였으며, 스스로 “좋은 풍광을 만나면 말에서 내려 눈앞의 경치를 그렸다”고 했다. 조속이 그린 금강산도가 전하지 않아 아쉽기 짝이 없다.

조선 후기 회화는 전반적으로 사실주의 성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 선구자로 숙종 시절 남인계 문인화가인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 1668~1715는 대상을 정밀히 관찰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모델을 세우고 그렸다는 ‘실득實得’의 창작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이에 걸맞은 사실적인 자화상과 말 그림과 인물풍속화 등을 남겼다. 영조 시절 겸재와 이웃하여 절친했던 관아재 조영석觀我齋 趙榮䄷, 1686~1761은 ‘즉물사진卽物寫眞’, 곧 “실제 대상을 눈앞에 두고 그려야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28며 인물풍속이나 동물들을 사생하였다. 공재와 관아재는 김홍도나 신윤복에 앞서 조선 후기 풍속화 유행을 선도한 문인화가들이다.

금강산을 탐승한 이후에는 ‘겸재 진경 작품이 왜 실경과 닮지 않았는가’에 대하여 해명해보려 관심을 쏟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의 풍경화 현장을 두루 찾았다. 2001년 여름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을 답사한 뒤, ‘자연을 대하는 같은 감명, 다른 시선’으로 겸재의 산수화와 세잔의 풍경화를 비교해보았다. 이를 통해 겸재의 진경산수에서 실경과 닮지 않은 변형화법을 ‘기억’에 의존해서 그렸기 때문이라고 설정하게 되었다. ‘체험하는 지각’으로서 ‘기억’, 곧 세잔 풍경화의 단순화에 대한 인지과학적 접근을 읽고 어설프게 겸재 작품에 적용해 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겸재나 단원도 세잔 못지않은 ‘세계적인 작가’로 내세워야 한다는 욕심이 부풀기도 했다. 특히 세잔은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며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라는 사고 아래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렸다. 이 점은 ‘임천林泉의 마음으로 보라’는 곽희의 주문과 유사하고, 겸재가 감성으로 그린 변형방식과 상통한다고 연계해보기도 했다.












 
지은이 | 이태호
  •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 경기도•충청남도 문화재위원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 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전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박물관장을 지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근현대회화까지 한국회화사 전반에 폭 넓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초상화, 풍경화, 진경산수화 등 조선 후기 회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감성과 오성 사이 한국미술사의 라이벌』(2014),『조선후기 화조화전-꽃과 새, 풀벌레, 물고기가 사는 세상』(2013),『조선후기 산수화전- 옛 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2011),『500년만의 귀향-일본에서 돌아온 조선그림』(2010), 『한국근대서화의 재발견』(2009),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2008), 『조선 후기 회화의 기와 세』(2005), 『미술로 본 한국의 에로티시즘』(1998), 『조선 후기 회화사의 사실정신』(1996),『풍속화』(1995),『우리시대 우리 미술』(1991) 등이 있으며 공저로 『한국의 초상화』,『고구려고분벽화』(1995), 『운주사 한국의 마애불』(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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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북스 : 한국의 미술" 시리즈 도서는 총 9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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